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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①】 영덕군, 생존전략의 갈림길에 서다
  • 배영달 기자
  • 등록 2026-01-02 16: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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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속도로 이후 드러난 한계… “해양·산림·농업 구조 전환으로 지속가능성 확보”

영덕군청 전경. 고속도로 개통 이후 영덕군은 교통 인프라 확충을 넘어 해양·산림·농업 전반의 구조 전환을 통한 지속 가능한 지역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영덕–포항 고속도로 개통은 영덕군에 새로운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됐다. 관광객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개통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기대와는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인구 감소 추세는 멈추지 않고 있으며, 한때 동해안을 대표하던 강구항과 대게 상권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속도로는 열렸지만, 영덕이 ‘머무는 도시’로 전환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영덕군은 고속도로 개통 효과를 단기 성과로 판단하기보다, 지역 구조 전반을 바꾸는 중·장기 과제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한다.

군 관계자는 “교통 인프라 확충만으로 인구 문제와 산업 침체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영덕의 정체성을 살린 산업과 생활 기반을 동시에 재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해양도시 영덕, 위기와 전환의 기로

 

영덕은 대게를 중심으로 한 수산업과 해양관광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동해안 대표 해양도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어획량 감소, 어업 환경 변화, 관광 트렌드의 다변화가 겹치며 기존 산업 구조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해양 생태계 변화는 어획량 감소로 직결되고 있으며, 이는 어업인 소득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관광 소비 패턴이 ‘짧은 체류’ 중심으로 바뀌면서 지역 상권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군은 이러한 상황을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해양수산 구조 전환이 필요한 신호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산자원 회복과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연안 수산자원의 체계적 회복을 목표로 산란·서식장 조성 사업을 확대하고, 금어기·금지체장 준수 등 과학적 자원 관리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어업인 참여형 자율관리어업을 확대해 현장 중심의 책임 있는 자원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자원 회복 없이는 어업도, 관광도 지속될 수 없다”며 “행정 주도의 관리에서 벗어나 어업인이 직접 참여하는 관리 체계를 통해 장기적인 해양 생태계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잡는 어업’에서 ‘가치 만드는 산업’으로

 

영덕군은 단순 어획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가공·유통·체험·관광이 결합된 복합 해양산업으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게와 수산물을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체험형 관광과 지역 먹거리 산업, 로컬 브랜드화로 연결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군은 해양관광 콘텐츠 확충과 함께 체험형 관광 기반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항·어촌을 중심으로 한 관광 동선 개선, 지역 먹거리와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 사계절 관광상품 발굴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게 축제와 성수기 관광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연중 방문 가능한 해양관광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해양수산업과 관광이 하나의 사업 생태계로 작동하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산림·재난 대응, 복구를 넘어 예방 중심으로

 

해양과 함께 영덕군이 안고 있는 또 다른 핵심 과제는 산림과 재난 대응이다. 영덕은 해안과 산지가 인접한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강풍, 건조한 기후, 집중호우가 반복되며 대형 산불과 산사태 등 복합 재난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다.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따라 군은 산불 이후의 회복을 단순한 원상복구가 아닌, 재해에 강한 산림 구조로의 전환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복구 단계부터 침엽수 위주의 단순림을 줄이고, 활엽수와 혼효림 중심으로 숲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활권과 마을 주변에는 내화수림대를 확대 조성해 산불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고, 산림의 회복력 자체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드론과 열화상 장비를 활용한 AI 기반 산림재난 대응 체계를 고도화해 조기 감시와 초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민 참여형 산림 관리와 자율방재 체계를 통해 행정과 주민이 함께 재난에 대응하는 구조도 구축 중이다.

 

■ “생계 회복과 안전, 동시에 가야”

 

산불 피해 주민들은 단기적인 생계 회복과 함께 장기적인 안전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군은 피해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와 산사태 위험 평가, 사방시설 확충 등을 통해 이상기후로 인한 2차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복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주민의 삶을 회복하는 동시에,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 기후위기 대응 선제 행정, 영덕 농업의 체질을 바꾼다

 

기후변화가 농업 전반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영덕군은 기존 과수 중심 농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미래 농업으로의 전환을 병행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군은 기후위기를 일시적 재난이 아닌 상시적 위험 요인으로 규정하고, 과수·채소·시설 농업 전반에 걸쳐 기술 기반 대응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며 농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과·배·복숭아 등 지역 주력 과수 품목은 저온·고온 피해와 병해충 증가 등 복합적인 기후변화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군은 개화기 저온 피해 예방을 위해 미온수 자동 살수 시스템을 도입해 현재 5개소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효과 검증 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온기 일소 및 조류 피해 예방을 위한 다목적 방재망 보급도 확대하고 있다. 군은 단순 지원을 넘어 기후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과수 재배 환경 조성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연계 추진하고 있다.

 

■ 생태·양봉 분야, 밀원자원 확충으로 생태경제 기반 조성

 

기후변화로 인한 양봉 농가 감소와 꿀 생산량 저하는 지역 생태계 전환의 위기를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군은 밀원수 조성·확대 정책을 중점 추진하며 산림과 양봉을 연계한 생태경제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군은 조림사업 추진 시 밀원수 중심의 숲 조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산불 피해지 복구 과정에서도 밀원 기능을 고려한 수종을 적용해 안정적인 채밀 환경 조성을 병행하고 있다.

 

나아가 밀원수림을 관광·교육과 연계한 생태경제 모델로 발전시키는 구상도 추진 중이다. 밀원숲 체험·교육 프로그램과 양봉 산업 활성화 방안은 관련 부서 협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밀원자원 확충은 양봉 산업 보호는 물론 기후변화 대응과 산림의 공익적 가치 증진을 위한 중요한 정책”이라며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태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 통과형 지역에서 머무는 도시로

 

고속도로 개통이라는 외형적 변화 이후, 영덕은 이제 근본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교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양과 산림, 농업과 관광,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속 가능한 지역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가 향후 영덕의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

 

영덕군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며 변화를 이어가겠다”며 “영덕이 다시 찾고, 머무르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소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영덕의 생존 전략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지역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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