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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산불 복구라는 이름의 또 다른 훼손, 행정은 어디에 있었나
  • 배영달 기자
  • 등록 2026-01-08 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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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복구를 명분으로 중장비가 투입된 뒤 토사와 임목 폐기물이 무단 적치된 산림 현장. 적법 절차 미이행에 따른 2차 환경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산불 피해 지역에서 벌채 절차 없이 중장비가 투입되며 토사와 임목이 방치된 현장. 사진=뉴시스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은 안동·청송·영덕·영양 등 5개 시·군으로 확산되며 막대한 산림과 재산, 인명 피해를 남겼다. 이후 정부 지원을 통한 산림 복구와 피해 주민 대상 산림 대체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복구’가 아닌 또 다른 환경 재난이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행정 관리의 실종이다. 산림 대체사업은 피해목 벌채, 임목 정리, 산림도로 개설 등 명확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현장에서는 벌채 절차조차 생략한 채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투입해 나무를 뽑아내는 불법·탈법 공사가 선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임목 폐기물은 적법한 처리 없이 불법 야적되고 있으며, 사업장 주변에는 무단 산림 훼손과 사면 붕괴 위험이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이는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산지관리법과 폐기물관리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중대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복구 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환경영향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중장비가 투입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탈법적 사업 집행”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토사 유출로 인한 수질 오염 우려다. 산림 훼손 지역에서 발생한 토사가 집중호우 시 하천으로 유입될 경우, 안동·청송·영덕·영양 각 지역의 상수원과 취수장 오염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이미 산불로 지표층이 소실된 상태에서 무분별한 공사가 이어질 경우, 토사 유출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시행 전 주민 대상 설명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행정의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다. 관리·감독을 맡아야 할 산림·환경 관련 부서는 현장 점검과 제재는커녕, 사실상 불법 행위를 방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산불 피해 복구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법과 원칙, 그리고 주민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행정 관리 부실과 무책임한 사업 집행이 계속된다면,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행정 실패가 더해진 복합 재난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관계 당국은 사업 전면 재점검과 불법·탈법 행위의 즉각 중단, 책임자 문책과 함께 취수장 보호를 위한 긴급 수질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복구’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파괴를 반복하는 우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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