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삼사해상공원에 조성된 경북대종 전경. 경상북도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경북대종은 올해 타종식에서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모두 불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지역 원로들까지 한목소리로 “정치적 계산 앞에 상징을 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덕 삼사해상공원 경북대종 앞에는 종소리는 울렸지만, 정작 경북을 대표해야 할 책임자들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올해 경북대종 타종식은 도지사와 경상북도의회 의장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사실상 영덕군 자체 행사로 축소돼 치러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도의회와 집행부는 “불가피한 일정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 설명은 도민은 물론 시민사회 전반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적 계산에 따른 선택 아니냐는 의혹만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북대종은 도비가 투입돼 조성된 경상북도의 상징물이다. 특정 시·군의 행사가 아니라 경북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 앞에서 도의 최고 책임자들이 동시에 빠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정치적 메시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경북을 대표하는 상징 행사라면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빠질 수 없는 자리”라며 “이 행사를 군 행사로 축소시킨 것은 행정 판단이 아니라 정치 판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의 반응도 날카롭다. 경북녹색환경 관련 단체 관계자는 “경북대종이 자리한 삼사해상공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환경과 공공자산의 상징적 공간”이라며 “그 공간에서 도정 책임자들이 빠진 것은 환경·공공성·상징 모두를 가볍게 본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 행사나 상징 사업에는 늘 ‘경북 대표’를 강조하더니, 부담이 되는 순간에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은 명백한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원로들의 시선은 더욱 냉담하다. 영덕 지역의 한 원로는 “예전에는 도지사 참석 여부만으로도 행사의 위상이 달라졌다”며 “이제는 경북대종이 있어도 도가 빠지는 시대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로는 “선거를 앞두고 지역별 유불리를 따진다는 말이 도민 사이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이미 신뢰가 무너졌다는 증거”라고 했다.
도의회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도의회는 도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그 의장이 경북 상징 행사에 불참했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 일정이 아니라 도의회의 정치적 태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불참’ 역시 하나의 결정이며, 그 결정에 대한 설명 책임은 결국 도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사태로 경북대종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럴 바엔 왜 경북대종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상징은 관리하지 않는 순간 존재 이유를 잃는다.
도민이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변명이 아니다. 경북대종이 여전히 도를 대표하는 상징이라면, 도지사와 도의회는 그에 걸맞은 책임과 참여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경북대종은 더 이상 ‘경북의 종’이 아니라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이름뿐인 상징물로 기억될 것이다.
종은 울렸지만, 책임은 울리지 않았다. 그 공백을 도민들은 똑똑히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