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와 통신공사들이 전국 곳곳에 설치한 전주대(전봇대)와 통신주에 대해 수십 년간 토지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의 사유지와 국·공유지, 도로·하천·산림 인접 지역에 설치된 전주대와 통신주는 전력과 통신을 공급하는 필수 공공시설이지만, 해당 토지를 제공한 국민에게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요금 몇 달 밀리면 단전… 한전은 수십 년 무임 사용”
서민 가정의 경우 전기요금을 몇 달만 체납해도 곧바로 단전 조치가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는 전국에 설치된 전주대에 대해 토지사용료를 장기간 지급하지 않은 채 무상 점유를 이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토지 소유주들은 전봇대 설치로 인해 토지 활용이 사실상 제한되고 있음에도, 사용 동의 없이 수십 년간 무상 사용이 지속돼 왔다고 주장한다. 한 토지주는 “이것이 공기업의 행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통신공사, 한전 전주대 ‘무단 사용’… 안전사고 우려
더 큰 문제는 일부 통신공사들이 한국전력공사 전주대에 무단으로 통신선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 설비와 통신 설비가 혼재돼 있음에도 관리 주체가 불분명해 감전·화재 등 중대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기·통신 설비의 구분조차 되지 않는 구조는 명백한 안전관리 실패”라며 “사고 발생 시 책임 공방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지중화 사업, 대도시 편중… 중·소도시는 사각지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주대 없는 도시’를 목표로 전력·통신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혜택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은 여전히 전주대와 통신주에 의존하고 있으며, 도로·하천·산림 곳곳에 전력선과 광케이블이 얽혀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전기·통신 시설이 설치된 토지에 대해 사용료를 제대로 부과·징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 “전면 실태조사·소급 지급 필요”
시민사회와 토지 소유주들은 한국전력공사와 통신공사를 향해
▲ 전주대·통신주 설치 실태 전수조사
▲ 사유지·국공유지 사용료 산정 기준 공개
▲ 미지급 사용료 소급 지급
▲ 불법·무단 설치 시설 철거 및 안전대책 마련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 시민은 “전기와 통신은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서비스지만, 그 부담을 특정 국민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명백한 갑질”이라며 “공기업이 먼저 법과 상식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권을 침해해 온 전주대·통신주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통신공사들이 책임 있는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전주대(전봇대)와 통신주. 토지사용료 미지급과 무단 설치 논란이 확산되며 공기업의 책임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